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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설계 패러다임 대전환]②건축물 700만개 중 면진 20개 불과…‘제2 카카오 먹통’ 무방비
왜 전환 필요한가
韓,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냐
현재 대응책, 인명피해 방지 초점
재난 시 구급의료ㆍ구호 핵심 역할
데이터센터 등 면진 중요성 커져
경제ㆍ사회적 주요시설 적용 시급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 발생 빈도와 강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최대 규모 7.0의 강진이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전보다 더 자주, 더 세게 지진이 발생하는 만큼 첨단산업시설물 등 주요 구조물에는 인명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한 기존 ‘내진설계’보다 시설물의 기능 유지가 가능한 ‘면진설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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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국내 내진설계 기준은 지진 충격에 일정 시간 버티지만, 건축물에는 상당량의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면진설계는 건축물의 손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탄성 거동을 목표로, 건물 붕괴 방지뿐만 아니라 내부 기능까지 유지하는 한 단계 강화된 지진 대응 설계 방식이다.
지진 시 컴퓨터 기기뿐만 아니라 설비도 동시에 보호해 원활한 데이터 공급을 해줘야 할 데이터센터와 재난 후 즉시 구급의료와 피난구호 거점으로서의 구실을 하는 병원, 방사능 및 위험물을 지진으로부터 보호하고 2차 재해 발생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는 원자력 관련 시설, 문화재 및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건물, 2040년 상용화 예정인 도심항공교통(UAM)의 버티포트 등이 면진 적용 대상이다.다만, 우리나라의 면진 설계는 전체 건축물 700만동 중 20동만 적용되는 등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늘어난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면진 구조가 적용되기 시작한 단계다.면진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내진 설계는 인명피해 방지가 목적으로 건물 형태는 유지되지만, 내부 시설물의 피해를 막을 수가 없다”며, “특히 24시간 돌아가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지진 때문에 갑자기 센터가 멈추면 전국의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업무 연속성을 위해 면진 설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핵심 건축물에는 내부 기능 유지가 가능한 면진설계 의무적용을 법제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진 안전불감증 개선을 통해 내진에 비해 10% 비싼 초기 투자 비용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다른 면진 업계 관계자는 “2016년 경주 지진 이전까지 건축주 입장에서 지진은 ‘도깨비불’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지진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면서, “경제적ㆍ사회적 파장이 큰 핵심 시설은 지진 시 복합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어 면진 적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경제 김민수 기자 kms@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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